준, 첫만남



나는 하루를 꼬박 바닷가에서 보냈어요.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를 보기 위해서요.


모래 위에 끄적끄적 의미없는 낙서를 그리다가, 지평선 너머를 한참 노려보기도 했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추위의 시간을 버텨냈던 게
바로 지금을 위해서였던 거죠. 눈앞에 사람의 형체가 보여요.


나는 입속으로 준비해뒀던 인사말을 외면서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어요.
* * *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목을 움직일 때마다 고운 머리칼이 찰랑거려요.
* * * * *


점점 그에게로 가까워져 가요. 바위를 짚고 있는 두 손이 보여요. 기이할 정도로 마디가 길고⋯⋯
* * * * *    *   *       *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등허리는, 사람의 혈색이 아닌 것 같은, 잿빛의⋯⋯?
* * * * *    *   *       *          *            *                *


문득 걸음이 멎었어요. 처음 그의 손자국을 발견했을 때 옆에 흩어져 있던 수 십개의 비늘, 그것을 보고 순간 오싹 공포에 질렸던 마음이, 백 배로 커져서 돌아왔어요.


도망칠까. 


소름끼치는 두려움이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달렸어요.


그리고 그 순간, 
그가 뒤를 돌았고, 
나와 눈이 마주쳤어요. 


(스토리텔러 : 김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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