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붉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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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 석양 진 늦은 오후에 날 찾아왔어요.




그가 바위 위에 앉아서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면
무릎을 끌어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는 곧장 일어나서 달려 나가요.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아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지을 뿐.


그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디서 왔는지, 가족들은 있는지, 바다 속은 춥진 않은지
궁금한 것들 투성이지만


언젠가 그가 내게 마음을 더 열고나면, 나와 좀 더 가까워지고 나면,
이름을 알려주겠죠? 어디서 잠을 자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 지도요.


지금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괜찮아요.
그가 말해주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언제까지나요.
나는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 봐요.





(스토리텔러: 김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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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학교 하이퍼서사 프로젝트, 「The 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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