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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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니 꼬리. 그에게는 꼬리가 있었어요. 촘촘한 비늘이 반짝이는 꼬리가요.


내가 여기서 도망쳐도 다리가 없는 그는 모래 위로 날 쫓지 못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그 얼굴이,
그 목소리가,
그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난 홀린 듯 그에게로 다가가고 말았어요.


“안녕. 나는⋯준, 준이에요.”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아요. 굳게 다문 입술의 양끝만 끌어올려서 미소지어요.


 


아, 아름다워요. 말을 하던 하지 않던 무슨 상관일까요.


나는 그의 옆에 앉았고 그는 기꺼이 자리를 내어 주었어요.
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그에게 들려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어요.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직감했고 그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깊은 행복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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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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